이민근 안산시장
▲ 이민근 안산시장

복지·문화 47개로 가장 많아…첨단산업·교통·교육까지 도시 미래전략 제시 복지·문화 47개로 가장 많아…첨단산업·교통·교육까지 도시 미래전략 제시 한양대병원 유치·ASV 경제자유구역·4호선 지하화 등 대형사업 포함 임기 내 투자규모 8조22억 원…재원 확보·사업별 실행 로드맵 면밀히 살펴야

안산시 민선9기의 밑그림이 나왔다.

안산시는 ‘시민과 함께 자유로운 혁신도시 안산’을 시정 비전으로 정하고 5대 분야, 9대 전략, 100건의 공약과 120개 세부과제를 최종 확정했다.

공약의 범위는 넓다. 행정과 시민안전에서 시작해 첨단산업과 의료, 주거, 복지, 돌봄, 문화·관광, 교육, 철도와 대중교통, 탄소중립까지 사실상 시민의 일상과 도시의 미래를 포괄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총 8조22억 원에 달하는 임기 내 투자 규모다.

민선9기 안산시정의 성패는 이제 얼마나 많은 사업을 제시했느냐보다 이 가운데 무엇을 우선 추진하고,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120개 과제 중 복지·문화 47개…시민 생활에 무게

120개 세부과제를 분야별로 보면 정책의 무게중심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가장 많은 분야는 ‘함께 행복한 복지문화 도시’로 47개다. 전체 세부과제의 약 39%에 해당한다.

이어 ‘더 젊은 첨단혁신 도시’ 29개, ‘쾌적한 교통환경 도시’ 20개, ‘더 멀리보는 미래교육 도시’ 15개, ‘늘 가까운 시민중심 도시’ 9개 순이다.

복지·문화 분야에는 하루 1,000원 청년임대주택 지원사업을 비롯해 워킹맘 올패스(ALL-PASS), 아빠 공동 육아수당, 장애인·거동불편자 맞춤형 동행복지,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 등이 포함됐다.

거대한 도시개발 사업뿐 아니라 주거·육아·돌봄처럼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상당수 배치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그러나 복지정책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 못지않게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지원 대상과 규모, 재원 부담, 기존 복지사업과의 중복 여부 등을 세부 실행계획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병원·경제자유구역·산단 AX…도시 경쟁력 승부수

도시의 미래 성장동력은 ‘더 젊은 첨단혁신 도시’ 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으로 한양대학교 병원 유치 및 첨단의료복합클러스터 조성, 안산사이언스밸리(ASV) 경제자유구역 지정 활성화, 반월국가산단 인공지능 전환(AX) 실증 산업단지 구축 등이 포함됐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활용한 패스트트랙 재건축과 대부도 글로벌 해양레저특구 ‘메타-오션’ 조성도 추진 대상이다.

이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안산의 산업구조와 도시 이미지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를 품고 있는 안산에서 기존 제조업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AX 전략은 단순한 산업단지 개선을 넘어 지역 일자리와 청년인구 유입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이 분야에는 안산시의 의지만으로 완결하기 어려운 대규모 사업이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대학, 기업, 민간투자자 등 여러 주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만큼 공약의 발표와 실제 사업 착수 사이의 간격을 얼마나 좁히느냐가 중요하다.

4호선 지하화·철도 확장…시민 체감도 높은 교통공약

교통 분야는 시민들이 공약의 성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평가할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민선9기는 4호선 지하화 패스트트랙 추진, 철도 인프라 확장, 출·퇴근 지하철 배차 간격 단축, 서울행 급행버스 확충, 안심 주차장 5,000면 조성 등을 제시했다.

안산에서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이동시간은 곧 삶의 질과 연결된다. 따라서 철도와 버스 공약은 단순한 교통정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철도 지하화와 인프라 확장 역시 막대한 사업비와 장기간의 행정절차가 수반되는 사업이다.

‘추진’ 자체가 성과가 되기보다 임기 동안 어느 단계까지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시민에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은 15개 과제…‘청년이 머무는 도시’까지 연결해야

미래교육 분야에는 미래 4차산업 디지털 창의인재 육성, 맞춤형 진로진학 상담센터 운영, 교육특화 에듀타운 조성, 청소년시설 확대 등이 담겼다.

교육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도시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안산의 교육정책은 학교와 청소년시설 확충에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 및 산업단지와 연계해 교육→진로→취업→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혁신도시를 목표로 하면서 동시에 미래교육도시를 제시한 만큼 두 분야가 각각의 사업으로 분리되기보다 하나의 인재양성 전략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

8조22억 원 가운데 시비 6조4,658억…재원계획 살펴야

이번 공약에서 가장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대목은 재정이다.

안산시가 밝힌 공약사업의 임기 내 투자 규모는 총 8조22억 원이다.

재원별로는 국·도비 2,442억 원, 시비 6조4,658억 원, 민간자본 등 기타 재원 1조2,922억 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전체 투자 규모 가운데 시비로 분류된 금액이 약 81%에 이른다.

따라서 향후 공개될 세부 실천계획에서는 각 사업의 총사업비뿐 아니라 연차별 투자계획과 기존 계속사업 포함 여부, 신규 재정 부담, 국·도비 확보 가능성, 민간투자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공약사업과 기존 행정사업을 함께 추진하면서도 복지·교육·안전 등 기본적인 시민서비스가 위축되지 않도록 재정 운용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100개의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확인할 수 있는 성과

공약은 선거 때 제시하는 약속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민선9기 공약이 최종 확정됐다는 것은 오히려 평가의 출발선에 섰다는 의미에 가깝다.

안산시는 세부 실천계획을 마련해 10월 말까지 시 누리집에 공개하고 이후 공약별 이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시민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개 방식이다.

각 공약을 완료·정상추진·지연·재검토 등으로 구분하고, 예산 확보율과 사업 진척도, 당초 목표 대비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공개한다면 시민도 공약 이행 과정을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민근 시장도 “시민과의 약속인 공약이 확정된 만큼 임기 내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 철저한 실행계획을 수립하겠다”며 시민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숫자에서 실행으로 옮겨가야 한다.

100건의 공약과 120개의 세부과제, 8조 원 규모의 계획이 시민 한 사람의 일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병원을 유치하고 산업단지를 혁신하는 장기 프로젝트도 중요하다. 동시에 출근길이 조금 빨라지고, 아이를 키우기가 조금 수월해지고, 청년이 머물 집과 일자리가 늘어나며, 장애인과 어르신이 일상에서 조금 덜 불편해지는 변화 역시 중요하다.

민선9기 안산시정의 진정한 성적표는 100개의 공약 목록이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에서 나올 것이다.

「처치앤 시민신문」도 앞으로 공약 발표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부 실천계획과 예산, 추진 과정, 시민 체감도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약은 행정의 계획이지만, 그 결과를 평가하는 사람은 결국 시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