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표류하는 안산 초지역세권 개발…
시의회 출자 동의안 거듭 보류…철도 지하화 연계·공공성·사업성 놓고 이견 3조 원대 개발사업, 주거·상업시설 넘어 일자리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해야
안산시는 초지역 일대를 수도권 서남부의 새로운 교통·상업·문화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안산시의회는 철도 지하화 사업과의 연계, 개발계획의 타당성, 시민 의견 수렴, 공공성 확보 등을 이유로 안산도시공사의 출자 동의안 심의를 거듭 보류해 왔다.
2024년 6월 첫 보류에 이어 2025년 4월 재보류, 2026년 10월 의회에서 다시 보류 됐다. 하지만 초지역세권 개발을 둘러싼 보류를 단순히 안산시와 시의회의 대립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개발을 서두르느냐, 늦추느냐가 아니다. 초지역세권을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개발이익을 누구에게 돌려줄 것인지, 그리고 이 사업이 안산의 미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다.
CCN24는 언론 보도와 안산시의회 회의록, 공개된 사업계획을 토대로 초지역세권 개발의 역사와 쟁점을 살펴보고, 안산의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을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란 무엇인가
초지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6-2번지 일원 약 18만 3,927㎡ 부지를 주거·업무·상업·문화·교통 기능이 결합된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초지역은 수도권 전철 4호선과 수인분당선, 서해선이 만나는 교통 요충지다. 향후 신안산선 등 광역철도망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안산의 기존 도시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거점으로 평가된다.
2024년 안산시가 제시한 기본구상에는 고층 주거시설, 대형 쇼핑몰, 업무·숙박시설, 문화공연시설, 학교 등이 포함됐다. 단순히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도시 기능을 역세권에 집약하는 이른바 '콤팩트시티(Compact City)'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매일경제 2024.5.20)
당시 공개된 계획 (2024년 당시 기준) 주요 사업내용은 다음과 같다.
구분 주요 내용 사업 위치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6-2 일원 사업 면적 약 18만 3,927㎡ 추정 사업비 약 3조 원 주거시설 약 2,600가구 규모 구상 상업·업무 쇼핑몰, 업무·숙박 복합시설 문화·공공 공연·전시시설, 교육시설 등 추진 방식 안산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 공동 참여
사업 추진 방식도 중요한 쟁점이다.
기존 출자 동의안은 안산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가 총자본금 1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하는 방식을 담았다. 안산도시공사가 49%, 민간사업자가 51%를 출자하는 구조다. 다만 이 비율은 사업 전체 비용의 부담 비율이나 최종 개발이익 배분 비율을 그대로 의미하지 않는다.
안산시가 기대하는 효과는 인구 유입, 상업 활성화, 문화 인프라 확충, 도시 이미지 개선 등이다. 그러나 실제 성과는 어떤 기업과 산업을 유치하고, 공공시설을 얼마나 확보하며, 교통 혼잡과 재정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돔구장에서 콤팩트시티까지…19년의 개발 역사
초지역세권 개발은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복합도시 사업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다.
2007년 무렵 국내 최초의 야구 돔구장 건립 구상이 발표되면서 개발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09년에도 돔구장 건립이 검토됐으나 프로야구단 유치의 어려움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이 진전되지 못했다.
그 뒤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고, 2024년 안산시는 '2035 안산 뉴시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초지역세권을 복합환승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2007~09 돔구장 중심 개발 구상 국내 최초 야구 돔구장 건립 논의. 사업성 등의 문제로 장기간 지연.
2024. 5. 초지역세권 복합개발 계획 발표 안산 뉴시티 프로젝트에 포함. 민관합동 개발과 콤팩트시티 구상 제시.
2024. 6. 시의회 첫 심의 보류 철도 지하화 연계와 시민 의견 수렴 등 추가 검토 요구.
2025. 4. 출자 동의안 재보류 기존 계획의 실질적 수정 부족, 철도 지하화 연계, 공공시설 구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
2025. 5~6. 수정안 제출에도 심의 진전 불발 제출·철회 절차 문제 등이 제기되며 추가 지연.
2026. 8. 시의회에서 장기 표류 문제 재논의 안산시 전략사업과, 10월 출자 동의안 재상정 계획과 장기 사업 일정 설명.
이러한 경과는 사업 지연의 원인을 어느 한 기관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돔구장 중심의 개발 구상은 변화하는 도시환경에 대응하지 못했고, 이후 추진된 복합개발 방식 역시 도시의 장기 비전과 시민적 합의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논란을 남겼다.
무엇보다 19년이라는 시간 동안 안산의 인구구조, 산업환경, 교통망, 부동산 시장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의 개발계획을 단순히 수정하는 방식만으로 오늘의 도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안산시의회는 왜 출자 동의안을 보류했나
안산시의회가 출자 동의안을 보류한 이유는 단순히 개발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 회의록과 당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핵심은 사업계획의 완성도와 장기적인 공공성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2025년 4월 1일 제296회 안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록에는 출자 동의안에 대해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류 의결한 사실이 확인된다.
주요 쟁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4호선 안산선 지하화와 연계하지 않은 개발계획이다.
2025년 2월 국토교통부가 초지역~중앙역 구간을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초지역 주변의 도시개발 여건은 크게 달라졌다.
시의회 일부 의원들은 철도 지하화가 추진될 경우 지상 철도시설과 주변 공간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기존 역세권 개발계획도 이에 맞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철도 지하화 사업이 완료되면 초지역은 단순한 환승역을 넘어 단절된 도시공간을 연결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두 사업을 별개로 추진하면 보행 동선, 교통체계, 공공시설 배치 등에서 중복투자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데일리 2025.4.9)
둘째, 기존 출자 동의안의 실질적인 수정이 부족했다.
2025년 4월 재심의 당시 시의회에서는 이전에 보류된 안건과 사업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산시는 기존 아레나 중심의 공공기여 방식을 업무시설 확보와 기업 유치 중심으로 조정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러한 변화가 당시 제출된 동의안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데일리 2025.4.9)
이는 행정절차의 형식적 문제가 아니라 사업의 목적 자체와 연결된다. 대규모 문화시설을 확보할 것인지, 기업과 일자리를 유치할 업무시설을 확보할 것인지에 따라 도시의 미래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 주민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충분했는가 하는 문제다.
초지역세권 개발은 주변 주민뿐 아니라 안산시 전체의 생활환경과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시의회는 초기 심의 과정에서 주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안산시는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를 열고 학교와 대형 판매시설 등의 수요를 반영하려 했지만, 그것만으로 도시 전체의 장기 발전 방향에 관한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노컷뉴스 2025.9.5)
넷째, 공공기여와 개발이익 환원의 적정성이다.
민관합동 개발은 민간자본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이 확보해야 할 이익과 시설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특히 공공기여시설의 종류와 규모, 운영비 부담, 초과이익 배분 방식이 불분명하면 사업 완료 이후에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 출자에 따른 재정적 위험과 사업 추진 절차다.
안산도시공사의 출자금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비 증가와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점이다.
또한 출자 동의 이후 민간사업자 공모, 개발계획 수립, 인허가 등 후속 절차에서 시의회의 의견을 어느 단계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시의회가 요구한 것은 개발 여부에 대한 찬반을 넘어, 사업 추진 전에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과 공공의 역할을 명확히 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시의회 역시 보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사업 지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와 조건이 충족돼야 동의할 수 있는지 제시할 책임이 있다.
안산시의 입장…더 늦출 수 없는 도시 성장의 기회
안산시는 초지역세권 개발을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도시개발사업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거시설과 상업·업무시설을 결합해 인구 유입을 촉진하고,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2024년 사업 추진 당시 출자 동의가 곧 최종 개발계획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이후 민간사업자 공모와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철도 지하화 사업과 직접 통합할 경우 국가 및 광역 단위의 계획과 조정해야 해 사업 추진의 자율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경기닷컴 2024.6.15)
안산시 입장에서는 개발을 더 늦출 경우 민간투자 기회가 줄어들고 사업비가 증가할 가능성도 부담이다.
2026년 8월 28일 제305회 안산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는 이러한 행정의 고민이 드러났다. 이어 10월 출자 동의안을 다시 제출하였으나 보류 되었다.
2026년 8월 공개된 사업계획 관련 보도에서는 총사업비 약 3조 778억 원, 주거시설 약 2,700가구, 2030년 착공과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구상이 소개됐다. 공공업무시설과 테크노밸리, 문화·체육 기능을 포함하고 철도 지하화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도 제시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시의 구상도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기 대규모 문화시설 중심의 계획에서 업무시설과 산업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이는 초지역세권 개발의 목표가 단순한 랜드마크 건설을 넘어 실제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 확보로 옮겨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보여준다.
외국 도시들은 역세권을 어떻게 성장동력으로 만들었나
초지역세권의 미래를 검토할 때 해외 역세권 개발 사례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다만 외국의 개발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 안산의 산업·인구·재정 여건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홍콩 — 철도와 부동산 개발의 통합 홍콩 MTR의 'Rail + Property' 모델은 철도와 주변 부동산 개발을 결합하고 개발이익을 철도 투자와 운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홍콩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이 모델로 27개 역 주변에 주거개발이 이뤄졌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 사람 중심의 환승거점 위트레흐트 중앙역 주변은 철도와 자전거, 보행을 연결하고 역 주변의 상업·업무·공공공간을 통합하는 도시재생 사례로 알려져 있다.
일본 도쿄 시부야 — 업무·상업·문화 복합개발 시부야역 일대는 철도 환승 기능과 함께 업무·상업·문화시설을 단계적으로 재편해 온 사례다.
이들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역세권을 단순한 부동산 개발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경제활동과 생활방식을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특히 홍콩의 사례는 개발이익을 공공교통체계에 환원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학술연구에서도 홍콩의 철도·부동산 통합개발은 계획과 시행 주체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개발이익을 역세권 운영과 관리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분석됐다.
다만 안산은 홍콩이나 도쿄와 도시 규모, 토지시장, 인구밀도, 산업구조가 다르다. 고밀 개발이나 초고층 랜드마크 자체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초지역세권에 필요한 것은 해외 도시의 외형을 모방하는 개발이 아니라, 안산의 산업과 교통, 시민 생활을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모델이다.
결론 — 초지역세권은 안산의 미래 30년을 결정할 도시설계의 문제다
초지역세권 개발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안산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사업이 지연됐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시의회는 개발을 지연시키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의 미래 자산을 지키는 감시자이자 정책적 협력자가 돼야 한다. 안산시 역시 의회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행정적 장애물로 받아들이기보다 사업계획을 정교하게 만드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이제 논의의 중심을 바꿀 필요가 있다.
초지역세권에 얼마나 높은 건물을 세울 것인가보다 그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공급할 것인가보다 시민들이 얼마나 오래 머물며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형 쇼핑몰이나 화려한 랜드마크 하나가 도시의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도시를 성장시키는 것은 산업과 일자리, 교통과 생활, 문화와 공동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안산은 산업도시로 성장해 왔다. 이제는 산업도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청년과 기업이 찾아오고 시민이 정착하는 지속가능한 복합도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초지역세권은 이러한 전환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개발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개발의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에게 남겨질 가치다. 19년의 표류를 끝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출자 동의안 통과가 아니다. 안산시와 시의회가 시민 앞에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 청사진을 실현할 책임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초지역세권 개발의 성공 여부는 건물이 완공되는 날이 아니라, 그곳에서 시민의 삶과 안산의 미래가 얼마나 달라졌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