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 동안 이어진 한 교회의 조용한 약속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안산참좋은교회의 시간은 빠르지 않다. 눈에 띄는 이벤트도, 대규모 캠페인도 아니다. 그러나 이 교회는 지난 1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역의 아이들을 찾아왔다. 교복과 운동화를 들고서다. 지금까지 안산 지역 지역아동센터와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 속한 아동 1,165명이 이 교회의 지원을 받았다. 누적 지원 금액은 1억 2천 오백만원. 숫자는 결과일 뿐이지만, 그 숫자 안에는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의 설렘과, 누군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함께 담겨 있다.
“교회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러나 멈추지 않게”
안산참좋은교회의 담임목사인 박천영 목사는 이 사역을 특별한 ‘프로젝트’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교회가 지역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신앙을 먼저 말하기보다, 삶의 필요한 순간에 교회가 함께 있다는 경험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교복이나 운동화는 그 출발점일 뿐입니다.” 교회가 선택한 방식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한 번 하고 끝내는 지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약속을 만드는 것. 그래서 이 사역은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조용히 이어져 왔다. 교회의 규모나 재정 상황이 변해도, 아이들과의 약속은 중단되지 않았다.
‘새신을 신고 꿈도 크자 폴짝’
이 사역에는 이름이 있다. ‘새신을 신고 꿈도 크자 폴짝’. 단순한 물품 지원을 넘어, 아이들의 일상과 마음을 함께 응원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새 운동화는 단지 발을 보호하는 물건이 아니라, 학교로 향하는 걸음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특히 이 사업은 교회가 운영하는 cafe 쏘굳과 연계해 진행된다. 지역 안에서 운영되는 공간과 사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교회는 ‘도와주는 주체’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함께 숨 쉬는 존재로 자리한다. 저소득 가정 청소년을 위한 신발 지원은 이 연대의 한 장면이다.
돌봄을 ‘확대’하지 않고, ‘책임’으로 감당하다
안산참좋은교회의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 아니다. 이 교회는 모든 아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분명히 정하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지켜왔다. 행정이 제도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복지기관이 전문적 돌봄을 제공할 때, 교회는 그 사이에서 사람의 얼굴로 다가가는 역할을 맡는다. 교복과 운동화는 행정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동시에,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는 매개가 된다.
지역과 함께 가는 신앙
박천영 목사는 지역과 함께하는 신앙을 교회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한다. 교회가 지역 위에 서거나, 지역을 이끌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순간, 관계는 어긋난다는 것이다. “교회는 지역의 주인이 아니라 이웃입니다. 이웃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신앙은 말이 아니라 삶으로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오래 남는 교회의 모습
‘교회, 지역을 품다’라는 말은 거창한 구호가 되기 쉽다. 그러나 안산참좋은교회의 사역은 그 문장을 시간과 책임으로 발전해 왔다.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로 향하던 아이들의 걸음은 이미 교회를 떠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기억은 오래 남는다. 교회가 지역을 품는다는 것은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약속을 지키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안산참좋은교회의 14년은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