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가 지난 29일 서울 광림교회에서 개최한 제37회 총회는 한국교회가 직면한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다음세대의 신앙 이탈, 미자립교회의 증가, 농어촌교회의 고령화, 선교사 은퇴와 복지 문제까지. 총회에서 논의된 의제들은 어느 한 교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의 한국교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구조적인 과제들이다.
특히 감리교회 6,700여 곳 가운데 약 45%가 비전교회, 곧 자립 기반이 취약한 교회라는 사실은 교회의 미래를 단순히 성장과 부흥의 관점에서만 바라볼 수 없게 한다. 해외 파송 선교사 1,266명 가운데 50~60대가 63.6%에 이른다는 통계 역시 선교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한다. 교회는 지금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역과 운영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인 수와 예배당 규모, 재정과 조직의 확대를 성장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 청년세대의 가치관 변화, 지역 공동체의 약화라는 현실 앞에서 과거의 성장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제 교회는 얼마나 커질 것인가를 넘어 어떤 공동체로 존재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다음세대의 회복이다.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를 단순히 신앙심 부족이나 세속화의 결과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 교회 안에서 자신의 질문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지, 삶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어른이 있는지,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가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다음세대 사역은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들을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교회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동역자로 인정해야 한다.
작은 교회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미자립교회를 지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안에서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동체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 재정 지원과 함께 공동목회, 인적·물적 자원 공유, 교회 간 협력사역,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교회는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후임 목회자 확보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도시교회와 농촌교회를 연결하는 협력사업이 일회성 후원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관계와 공동사역으로 이어져야 한다.
목회자와 선교사의 노후 문제 역시 더 이상 개인의 헌신에만 맡겨둘 수 없다. 평생 교회와 선교지를 위해 살아온 이들이 은퇴 이후 의료비와 주거비,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교회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다. 긴급의료기금과 연금, 주거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은퇴 선교사의 경험을 다음세대 선교사 양성과 지역별 선교전략에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선교의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선교사를 파송하는 일뿐 아니라 이미 헌신한 이들의 삶을 책임지는 데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과제들은 개별 교회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교단과 지방회, 지역교회가 협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재정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교회가 작은 교회를 돕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방적인 지원을 넘어 서로의 경험과 자원을 나누는 협력관계로 발전해야 한다. 교회 간 경쟁보다 연합을, 개별 교회의 성장보다 지역교회 전체의 건강성을 우선하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교회는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저출생과 초고령화, 돌봄의 공백, 기후위기, 사회적 고립은 교회 밖의 문제가 아니라 교회가 자리한 마을의 현실이다. 교회가 가진 공간과 인력, 경험을 지역사회와 나누고 아동·청소년 교육, 어르신 돌봄, 취약계층 지원, 환경보호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면 교회의 사회적 역할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이는 교회의 본질을 벗어나는 일이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신앙의 가르침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일이다.
지역교회가 함께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도 필요하다. 교회학교 운영이 어려운 교회들이 연합해 아동·청소년 교육과 문화활동을 진행하고, 청년들이 참여하는 지역 봉사와 진로 멘토링을 확대할 수 있다. 작은 교회와 큰 교회가 공동으로 돌봄사업을 운영하거나 지역의 복지기관, 학교, 시민단체와 협력하는 방식도 모색할 만하다. 지역의 교회들이 각자의 울타리를 넘어 공동의 과제를 해결할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이번 감리교 총회가 제기한 문제들은 한국교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다음세대가 떠나는 교회, 작은 교회가 홀로 버티는 교회, 은퇴한 목회자와 선교사의 삶을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교회가 과연 지속가능한 공동체일 수 있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위기를 걱정하는 선언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변화다. 교단은 중장기 정책과 재정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지역교회는 협력과 나눔의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총회에서 논의된 과제들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하고, 그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교회의 미래는 건물의 크기나 교인 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음세대가 희망을 발견하고, 작은 교회가 존중받으며, 평생 헌신한 목회자와 선교사가 존엄한 노후를 맞이하고, 지역 주민들이 교회의 존재를 고마워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교회의 위기는 숫자의 감소만이 아니라 이웃과 다음세대를 향한 책임을 잃어버릴 때 더욱 깊어진다.
한국교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과거의 성장 규모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섬기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공동체의 힘이다. 이번 총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일회성 논의로 끝나지 않고 교회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제 한국교회는 ‘어떻게 더 큰 교회가 될 것인가’보다 ‘어떻게 더 필요한 교회가 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다.